언론보도



[문화일보] 눈바람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자연이 요리사" 2005/2/24

고성군 0 4,925
눈·바람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자연이 요리사”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 늦게 시를 쓰다가/소주를 마 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쫙쫙 찢 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명태 명태 라고/이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성악가 오현명은 양명문의 시에 변훈이 곡을 붙인 가곡 명태를 구성지게 불러 팬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노랫말 때문인지 몰라도, 명태는 왠지 서민의 고달픈 삶을 많이 닮았다. 어부들에 의해 잡혀 올라와 북어나 동태, 생태, 황태 등 영문도 모른 채 팔자가 나눠지는 그 신세도 왠지 처량하기만 하 다.

게다가 황태는 더 불쌍하다. 겨우내내 산자락 덕장에 내걸려 모 진 눈보라를 견뎌내야지만, 그러고도 속이 부슬부슬하고, 팍팍해 질 때까지 말라야지만 사람들로부터 간신히 제 가치를 인정받는 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동해바다에 흔하고 흔했던 그 명태가 귀하 신 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난류가 침범하며 한류성 어종인 명태 어획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자료에 따르면 근래들어 연간 어획량은 250여t에 불과하다. 지난 1980년 대초반만 해도 한해 17만t 이상씩 명태가 잡혔던 사실을 놓고 볼 때 정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명태의 영양가가 알려지며 웰빙식품으로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고단백 한류어종이면서도 지방함량은 0.9%에 불과, 고단 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동해바다에서 보기 어려운 생선이 됐지만, 그렇다 고 미식가들의 식도락까지 앗아간 것은 아니다. 연안에서 잡혔다 고 해 지방태로도 불리는 순 국산 명태는 보기 힘들어도, 대신 북해 먼바다로 나가 잡아온 원양태는 아직도 동해안 일대에 흔하 다. 겨울철 강원도 인제의 미시령이나 평창의 대관령 일대를 찾 으면 만나는 황태덕장의 명태도 대부분이 원양태라고 보면 틀림없 다.

특히 눈덮인 황태덕장은 독특하고 토속적인 풍광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데, 그곳에서 생산된 황태는 속풀이 해장국 최고 의 재료로 만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명태는 포구에 부려진 후 처리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얻 게 된다. 활선어 상태의 명태는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린 것은 북어, 말리더라도 덕장에 내걸어 겨울바람에 얼리고 녹히기를 반복한 것은 황태, 꾸더꾸덕하게 반건조된 것은 코다리라고 부른 다. 그 외에도 마른 정도와 손상 정도에 따라 낙태, 파태, 백태, 무두태, 찐태, 깡태 등으로 나눠지고, 특별히 2,3년생인 어린 명 태는 노가리로 불린다. 그러고도 또 잡는 방법에 따라 조태, 그 물태 등으로 불려 그 이름만 헤아려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

명태에 이처럼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 오묘한 맛 때문 아닐까. 담박하면서도 생태인지, 동태인지, 황태인지 그 가공된 유형에 따라 갈라지는 미묘한 맛의 차이. 그 헤아리기 힘든 깊은 맛을 사람들은 굳이 구분해보려고 그처럼 많은 이름 을 갖다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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