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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제 눈덮인 명태·황태덕장 겨울풍경화 장관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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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제 눈덮인 명태·황태덕장 겨울풍경화 장관
[2007.01.11 15:28]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짜악 짝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양명문의 시에 작곡가 변훈이 곡을 붙인 ‘명태’는 향수를 자극하는 가곡이다.

명태는 예로부터 외롭고 가난한 시인의 안주가 될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겨울철 고성의 항포구는 명태잡이 어선들의 만선가로 흥청거리고 바닷가는 명태 말리는 덕장이 즐비해 진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10여 년 전부터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러시아 근해에서 잡은 원양 명태가 옛날의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군은 국내산 명태인 지방태 어획량의 62%를 차지하는 명태고장. 이른 새벽에 출어했던 명태잡이 어선들이 속속 귀항하는 정오 무렵이면 거진항은 돌연 생기가 넘친다. 시끌벅적한 소음과 함께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선 산더미처럼 쌓인 명태의 배를 가르는 아낙들의 할복작업이 한창이다. 내장을 말끔하게 빼낸 명태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10∼20일 동안 건조돼 딱딱한 북어로 탄생한다.

등대와 송림이 아름다운 거진항은 예로부터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명태국을 비롯해 명태지리,명태매운탕,알탕,북어국,명태무왁찌개,명태완자탕,명태고명지짐이,명태모듬찌개 등 명태로 만든 음식이 발달했다. 거진항 주변의 음식점에서 명태 요리를 맛보고 화진포 등을 찾아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은 일석이조 여행지.

고성군은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거진항 위판장 일대에서 ‘고성명태와 겨울바다 축제’를 개최한다. 명태 끼기,명태포 만들기,어선 시승,명태 할복대회,명란·창란젓 담그기 등 명태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명태를 이용한 각종 웰빙 먹거리마당과 수산물 장터도 운영(고성군청 033-680-3221).

북태평양 등에서 어획한 원양 명태는 얼린 상태(동태)로 거진항 묵호항 부산항 등으로 반입됐다가 내장 등을 제거한 후 인제 용대리나 평창 대관령에서 황태로 건조된다.

고성에서 눈꽃이 활짝 핀 진부령을 넘어 인제군 용대리에 들어서면 도로변 덕장에서 눈을 흠뻑 뒤집어 쓴 명태가 이색적인 풍경을 그린다. 바다도 아닌 심산유곡에 명태 덕장이 들어선 것은 한국전쟁 이후. 황태 주산지인 원산의 피란민들이 원산과 기후가 비슷한 곳을 찾다 황태 건조에 필요한 적당한 추위와 눈,그리고 바람이 부는 용대리에 정착하면서부터다.

설경이 아름다운 황태 덕장 안으로 들어서면 매서운 바람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든다. 못을 쓰지 않고 노끈으로 나무를 이어 만든 덕장은 요즘 명태 거는 작업이 한창이다. 화톳불에 연신 언 손을 녹이며 덕장에 명태를 거는 주민들의 모습은 한 폭의 겨울 풍경화.

12월 중순부터 덕장에 내건 명태는 이듬해 4월까지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노르스름한 색깔의 황태로 거듭난다. ‘황태의 80%는 하늘이 만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황태는 용대리와 대관령처럼 추운 지역에서 말려야 제 맛이 난다. 살이 통통한 황태는 출하기인 봄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야 썩지 않고 건조된다. 용대리의 경우 ‘풍대리’로 불릴 정도로 바람이 강해 황태 건조장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

용대리 인근의 국도 주변에 자리잡은 음식점들은 모두 황태 요리 전문점. 황태구이,황태국,황태찜,황태전,황태조림 등 다채로운 황태요리가 여행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용대리에는 십이선녀탕을 비롯해 명승지들도 많다. 백담사에서 수렴동계곡을 통해 가야동계곡이나 구곡담계곡을 거쳐 봉정암,소청봉,중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이르는 설악산 등산코스는 내설악의 백미. 용대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만해 아이스파크’에는 얼음낚시터를 비롯해 봅슬레이,눈썰매장,얼음축구장 등이 설치돼 있어 어릴 적 고향마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인제군 용대리는 3월1일부터 4일까지 황태축제를 개최한다. 싸리나무로 황태의 코를 꿰는 관태 대회를 비롯해 황태 투호대회,황태 정량달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선보인다. 마을 홈페이지(www.yongdaeri.com)에 접속하면 황태를 택배로 구입할 수도 있다. 마리당 1500∼3500원.

고성·인제=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고성 통일명태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