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후기



고성 명태축제에서 있었던 이야기

자유와낭만 0 3,094
고성 명태축제에서 있었던 이야기

남한땅에서 북쪽 끝자락에 있는 고성군에서 명태축제가 있었다.
2월 하순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의 거리화가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참가 했다.
전국적인 한파가 예보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는 부산대구에서 가까이는 서울경기지방의 거리미술인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모두들 힘든 겨울철을 보내느라 지친표정들이 역력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을 대하는 표정들은 그 반가움에 너무도 밝기만 하다.

행사규모에 알맞는 10여명의 인원이었다.
강원도 고성은 삼팔선을 넘어 군사분계선을 지척에 둔 남한 최 북방지역이다.
이같은 지역의 특성상 웬만하면 가기 힘든곳이건만 매년 행사때마다 거리화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겨울추위로 더욱 가중된 궁핍한 생계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또 같은 날 다른지방에 행사가 겹쳐있지 않은것도 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그곳의 지역민들의 거리화가에 대한 각별한 환대가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전년도의 행사때도 노점이 금지된 행사장 내에서 거리화가들만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올해도 그랬다.
행사관계자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변함없이 이어진 것이다.
행사참가에 따르는 일체의 사전절차나 격식을 갖추지 못한 거리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는 행사장은 드물다.
나는 이것을 우리가 이뻐서 반겨주기 보다는 문화의식이 깨어있는 고성주민과 행정관리(공무원)들의 열린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행사측에서 거리화가들의 공간으로 지정해준 곳이 앞뒤로 뻥 뚫려 찬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불편했다.
이리저리 자리를 잡아 볼려고 애썼지만 아무래도 우리 자리가 아니었다.
한동안 갈팡질팡하다가 양쪽 부스사이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자리를 깔자는 쪽으로 마음이 모아져 그렇게 나란히 앉게 되었다.

제격에 맞는 모양새로 보였는지 행사측으로부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부스 양편에는 고성군 공무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만남의 광장과 상황실같은 코너가 있었지만 제재는 커녕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었다.

다른지방의 행사장에서도 관람객들이 다니는 통로가 넓다 싶을땐 이렇게 중앙에 자리를 잡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이 지방의 공무원들이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하는 것이 도리어 보기에도 좋다는 사실을 행사측이 알아챈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자리한 바로 앞에서 고성군민 만남의 광장은 휴전선으로 갈라져 고향을 북녘에 둔 실향민들의 쉼터인듯 하였다.
연세도 지긋하신 고성군민 지회장이하 여러분의 임원들은 우리에게 특히 많은 관심을 쏟았다.
연세가 60세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그중 제일 젊은이라고 내세우는 사무국장님은 일을 마칠 저녁시간에 우리를 본부에 불러 소주와 안주거리를 대접해 주셨다.

그러면서 그분은 이렇게 멀리 고성까지 와서 명태축제를 빛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고 하시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우리에게 고성에 대한 홍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분의 말인즉슨 백번 맞는 말씀이다.

우리가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있다는 말씀도 옳고 우리에게 심어준 좋은 이미지는 그 홍보효과가 지대한 것이라는 말씀도 옳은것이다.
거리미술이 내포하고 있는 또다른 잠재력을 이분은 보았던 것이다.

거리미술을 문예적 존재로 인식해 우호적으로 대하는 행사는 어디어디이며 장삿꾼으로 인식해 배척하는 행사는 또 어디어디인가?
어느지방이 시대를 역행하는 후진적 문화정책을 갖고 있으며 또 어느지방이 시대조류에 합당한 선진문화정책을 시행하고있는가?

휴전선 이남뿐 아니라 이북의 고성군민들도 배려한 만남의 광장은 종일 손님으로 분볐다.
멀리 마산에서 살고 있는 실향민도 고향의 축제기간에 맞춰 일부러 찾아와 만남의 광장에서 향수를 달래고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분은 다음날 오후에도 부스에 초대한 우리 거리화가들에게 술잔을 돌리면서 거듭 고마워 하며 고성주민들의 따뜻한 인정미에 대해 기억해 주기를 간구했다.
행사 마지막날에도 추워진 저녁시간에 맞춰 우리모두를 불러 술과 안주를 내놓으며 격려 해 주셨다.
오늘같이 많은 인파가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왔으면 사람들이 그림을 많이 그려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걱정도 해 주셨다.

우리는 값비싼 문어요리를 술안주로 삼아 실컷 먹고 한껏 흥겨워진 어르신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과 노래를 즐겼다.

고성군 군민회 사무국장님과 지회장님은 이렇게 초대에 응하여 많이 먹고 실컷 놀아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고 일일이 인사를 했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각지의 화가들이 이 머나먼 고성까지 와서 행사를 빛내준 것도 고맙지만 서로 도우며 사는것이 고성주민의 심성임을 이해 하고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져준것이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행사장을 떠났다.
그분은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또 보자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끝)

자유와낭만의 대한민국 거리미술 나옥환

고성 통일명태축제